부채비율 안 잡히게 만들어둔 자금조달 구조, 회생 신청하면 어떻게 될까요
회생 사건을 진행하다 보면 종종 마주치는 장면이 있습니다. 신청 직전 1~2년 동안 매출채권 진성양도라든가 SPC 활용 자산유동화 같은 부외금융 구조로 부채비율을 관리해온 회사가, 신청 시점에 그 거래들이 한꺼번에 다시 검토되는 장면이요. 자금조달 단계에서 회계법인이 정성껏 만들어둔 구조가 도산법 앞에서 풀려나가는 모습입니다.
오늘은 이 부분을 정리해드리려고 합니다. "부채비율 안 잡히는 구조로 갑시다"라는 조언이 자금조달 단계에서는 합리적인데, 그 회사가 결국 회생을 신청하게 되면 그 합리성이 어떻게 뒤집히는지 보여드리는 게 목적입니다.
첫 번째 도구, 부인권
채무자회생법은 회생절차 개시 후 관리인에게 부인권을 줍니다. 회생 신청 직전 일정 기간에 이루어진 거래를 사후적으로 무효화할 수 있는 권한이에요. 크게 네 유형이 있습니다.
- 편파행위 부인 — 특정 채권자에게만 변제하거나 담보를 제공한 행위 (신청 6개월 이내가 주요 검토 기간)
- 무상행위 부인 — 대가 없이 채무를 부담하거나 증여한 행위 (신청 6개월 이내)
- 고의 부인 — 채권자를 해할 의사로 한 행위 (1년 이내)
- 위기 부인 — 지급정지 또는 회생 신청 이후의 일정 행위
진성양도 형식의 매출채권 양도가 회생 신청 직전 6개월 이내에 이루어졌고 결과적으로 특정 금융기관에 자금이 몰리는 효과를 낳았다면, 이건 편파행위 부인 검토의 대상이 됩니다. 매출채권을 양도했지만 잔존 위험이 회사에 남아 있고 양도 대가가 시장가치보다 낮았다면 무상행위 부인 가능성도 있고요.
부인권이 인용되면 양도했던 매출채권은 회사 자산으로 환원됩니다. 양수인은 받은 자금을 돌려놓거나, 아니면 일반 회생채권자 지위로 강등되어 변제계획에 따라 회수해야 해요. 자금조달 단계에서 누렸던 회계상 이익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결과입니다.
두 번째 도구, 진성양도 자체를 부정하는 접근
부인권이 회생 신청 전 일정 기간의 거래를 다투는 도구라면, 진성양도 부정은 그 거래의 회계분류 자체를 다투는 접근입니다. 회사가 회계상 진성양도로 처리하고 외부감사까지 통과했더라도, 회생절차에서 관리인은 다음 사정들을 들어서 차입거래로 재분류할 수 있어요.
- 명목상 상환청구권은 없는데 실제로 손실 발생 시 양도인이 보전해준 정황
- 양수인이 매출채권 자체보다 양도인의 신용에 의존해 거래에 응한 정황
- 양도 대가가 시장가치 대비 비합리적인 점
- 양도인이 매출채권 회수를 계속 대행해서 통제가 잔존한 점
- 양도인이 일정 비율을 재매입하기로 한 잠재적 의무
이 재분류가 받아들여지면 매출채권은 회사 자산으로 되돌아오고, 양수인은 일반 회생채권자가 됩니다. 자금조달 단계에서 부채비율을 좋게 보이게 한 효과가 회생 시점에 정반대로 작용해서 청산가치를 부풀리고, 결과적으로 채권자 변제 부담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자산유동화·ABL은 또 다른 차원의 이슈가 있습니다
SPC를 활용한 자산유동화나 ABL 구조는 회생 시점에 두 가지 추가 쟁점이 생깁니다.
하나는 도산해지권입니다.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관리인이 일정 계약에 대해 이행이냐 해지냐를 선택할 수 있어요. 자산유동화 계약 중에 잔존 의무가 큰 구조라면 관리인이 해지를 선택할 수 있는데, 이 선택은 양수인과 SPC 채권자들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옵니다.
다른 하나는 별제권의 효력 범위입니다. ABL을 통해 동산담보를 설정한 경우 그 담보권자는 회생절차에서 별제권자가 됩니다. 회생계획의 영향을 거의 안 받는데, 담보 범위가 회사 영업 기반 전체를 묶고 있으면 인가를 위한 협상의 핵심 변수가 돼요. 이건 시리즈 5편(ABL)에서 더 자세히 다뤘으니 거기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서동기 회계사의 코멘트
같이 일하는 서동기 회계사가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자금조달 구조를 설계할 때 회계분류만 보는 건 단기 시야예요. 외부감사·신용평가·도산 시점까지 전 과정에서 그 구조가 어떻게 평가될지 시뮬레이션해야 합니다."
특히 회사의 재무지표가 한계선에 가까운 상태 — 부채비율 400% 이상, 이자보상배율 1 미만, 영업현금흐름 마이너스 — 에서는 앞으로 12~24개월 내 회생 가능성을 전제로 한 자금조달 구조 설계가 필요하다는 게 회계사 관점입니다. 그 시뮬레이션 없이 부외처리 구조에 의존한 자금조달은 회생 신청 시점에 그 구조가 풀리면서 청산가치를 부풀리고 변제율을 왜곡합니다. 결국 인가 가능성을 낮추는 거예요.
그래서 결론은요
회계법인·세무사·도산 변호사가 자금조달 자문 단계부터 같이 들어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회생을 전제로 한 자금조달 구조 설계라는 게 듣기에는 모순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회사를 더 오래 살리기 위한 보험입니다. 저희 회생재무지원센터는 세 영역을 한 자리에서 봅니다.
박만용 세무사 — 로집사 세무회계 회생재무지원센터 010-8970-1429 / my.park@lawjibs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