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담보대출(ABL)은 운전자금 대출을 위한 최종선택이 맞을까?

2026-05-18 조회 17

부동산이 다 잡혔을 때 마지막 카드처럼 보이는 ABL, 정말 답일까요

서동기 회계사 (로집사 세무회계 회생재무지원센터)


자금이 필요한데 부동산 담보는 이미 다 잡혀 있고, 신용대출은 한도가 더 안 나옵니다. 이 상황에서 거의 마지막 카드처럼 들어오는 게 ABL입니다. 동산담보대출이라고 부르죠. 재고나 매출채권, 기계장치를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입니다.

ABL이 활성화된 건 2010년대 이후라 비교적 최근 도구이고, 부동산 없이도 자금조달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분명한 장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회계사 자리에서 ABL 받은 회사들을 추적해보면 같은 패턴이 자주 보입니다. 자금이 들어오는 순간보다 들어온 후의 영업 제약과 회생국면의 부담이 훨씬 큰 경우가 적지 않아요. 그래서 ABL 받기 전에 회계법인이 미리 짚어드리는 다섯 가지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1. 회계상 명확하게 차입입니다

ABL은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는 거래라서 매각이 아닙니다. 회계처리는 단순해요. 담보 제공한 자산은 그대로 자산에 남고, 받은 현금만큼 차입금이 새로 잡힙니다. 부채비율과 이자보상배율에 그대로 부담이 가요.

다만 SPC를 활용한 자산유동화 형태로 ABL이 설계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자산이 SPC로 양도되어 재무상태표에서 빠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양도자가 후순위 채권을 인수한다든가 신용보강을 제공하는 조항이 들어 있으면 다시 차입거래로 재분류됩니다. 회계상 부외처리되어 있는 줄 알았던 게 외부감사 단계에서 부채로 환원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2. 담보가치 평가가 장부가만큼 안 나옵니다

ABL의 핵심은 담보가치입니다. 그런데 회사가 장부에 적어둔 가치와 금융기관이 평가하는 가치가 완전히 달라요. 보통 이렇게 봅니다.

  1. 일반 재고: 장부가의 30~50%
  2. 진부화 재고: 거의 0
  3. 매출채권: 90일 이내 회수 가능한 것만, 부실 거래처는 제외
  4. 기계장치: 처분가치 기준으로 장부가의 20~40%

장부에 100억짜리 재고가 있어도 ABL 한도는 30~50억 수준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자금조달 가능 규모를 장부의 명목가치로 가정하시면 자금 계획이 어긋납니다.

3. 영업 자유도가 묶입니다

이게 사장님들이 가장 늦게 깨닫는 부분인데, 어쩌면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ABL을 받으면 담보로 제공한 자산이 정기적으로 모니터링됩니다. 재고 ABL이면 일정 수준 이상의 재고를 유지해야 하고, 매출채권 ABL이면 회수된 매출채권 일부를 ABL 상환에 우선 써야 하는 구조가 일반적이에요.

이게 무슨 의미냐 하면, 재고를 줄여서 운전자본을 푸는 선택이 봉쇄되고, 매출채권을 다른 자금조달에 활용할 수도 없게 됩니다. 영업의 유연성이 ABL 약정에 묶이는 거예요. 자금난 회사가 ABL을 받으면 추가 자금조달 옵션이 점점 좁아지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4. Covenant 위반 한 번이면 즉시 상환입니다

ABL 약정에는 거의 항상 재무 covenant가 들어갑니다. 부채비율, 이자보상배율, 유동비율 같은 지표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조항이에요. 한 번이라도 위반하면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되고, 그 순간 ABL 전액이 즉시 상환 의무로 바뀝니다.

자금난 회사가 ABL을 받는 시점이면 이미 covenant 한계선에 가까이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회계법인이 그 거리를 미리 계산해두지 않으면 ABL 받은 지 6개월 안에 covenant 위반이 나오는 패턴이 반복됩니다. 위반이 나오면 채권자와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하고, 그때부터 사적 채무조정이나 회생을 검토하는 단계로 들어갑니다.

5. 회생국면에서 가장 어려운 협상 상대가 됩니다

같이 일하는 도산 변호사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ABL 채권자는 회생절차에서 가장 어려운 협상 상대입니다." 왜냐하면 ABL 채권자는 회생 시 별제권자 지위를 갖거든요. 별제권자는 회생계획의 영향을 거의 안 받고 담보를 따로 실행할 수 있어요.

일반 회생채권자는 회생계획 인가로 변제율과 기간을 강제할 수 있지만, 별제권자는 담보 실행 위협을 무기로 협상에 들어옵니다. 별제권자가 동산담보를 실제로 실행해버리면 회사의 영업 기반(재고, 매출채권, 기계)이 사라지니까 사실상 회생이 불가능해져요. 그래서 별제권자 협상이 회생 인가 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됩니다.

ABL을 받으실 때 향후 회생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담보 범위를 한정하거나 별제권 협상 조항을 미리 반영해두면 좋다는 게 변호사들의 조언입니다.

그래서 결론은요

ABL은 자금조달 수단이 아니라 회사의 영업 자유도와 향후 구조조정 가능성까지 함께 결정하는 의사결정입니다.

받으시기 전에 약정서 검토와 회생 시나리오 시뮬레이션을 함께 보시는 게 안전합니다. 저희 센터는 회계사·도산 변호사가 한 자리에서 이 작업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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